• : re

    윈스턴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일기를 쓰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위해서? 아니면 가상의 시대를 위해선가? 그의 앞에는 죽음이 아니라 무(無)가 있을 뿐이다. 일기는 재로 변할 것이고, 그 자신은 어디론가 증발되어 버릴 것이다. 사상경찰만이 그의 일기장을 없애기 전에 한번 읽어 볼 것이다. 자신의 흔적도 사라지고 종이에 끼적거린 익명의 글마저 실물로 존재할 수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미래에 호소할 수 있단 말인가?

    2025년 01월 07일 ― 조지 오웰, 1984

  • : re

    빅 브라더의 눈은 동전, 우표, 책표지, 깃발, 포스터, 담뱃갑 등 그 어디에나 있었다. 늘 그 눈이 감시를 하고, 그 목소리가 포위했다. 잘 때든 깨어 있을 때든, 일을 하든 식사를 하든,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목욕할 때든 침대에 누워 있을 때든 상관 없었다. 빅 브라더로부터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몇 입방 센티미터의 해골 속 외에는 자기 자신이란 것이 없었다.

    2025년 01월 07일 ― 조지 오웰, 1984

  • : re

    그는 혼자였다. 과거는 죽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내 편이 있을까? 당의 통치가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리란 걸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2025년 01월 07일 ― 조지 오웰, 1984

  • : re

    인간은 때에 따라서 의식적으로 증오의 대상을 바꿀 수 있다.

    2025년 01월 07일 ― 조지 오웰, 1984

  • : re

    그러나 이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는 램프의 불꽃처럼 대상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바꿀 수 있는, 추상적이면서 방향 감각도 없는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윈스턴의 증오는 어느 한순간 골드스타인이 아니라 그 정반대인 빅 브라더와 당, 사상경찰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윈스턴은 스크린에서 나와 조롱을 받는 외로운 이단자, 거짓된 세상에서 진실과 온전한 정신을 수호하는 유일한 인물에게 애정을 느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다시금 주위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골드스타인을 향해 쏟아지는 말들을 모두 진실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빅 브라더에 대한 혐오는 찬양으로 바뀌었고, 빅 브라더가 아시아의 유목민에 대적하여 바위처럼 우뚝 선, 무적의 대담한 수호자인 반면에 골드스타인은 고립되어 무력하고 그 생존 여부도 의심스럽긴 하지만 목소리 힘만으로도 문명사회를 파괴시키는 사악한 마술사로 보였던 것이다.

    2025년 01월 07일 ― 조지 오웰, 1984

  • : re

    누구를 위해 이 일기를 쓰는가? 그는 별안간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위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세를 위해? 그는 잠시 일기장에 적힌 날짜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문득 '이중사고'라는 신어가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절실히 깨달았다. 어떻게 미래와 소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일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미래가 현재와 비슷하다면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다르다면 이 수난의 기록은 무의미한 것이 되리라.

    2025년 01월 06일 ― 조지 오웰, 1984

  • : re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2025년 01월 06일 ― 조지 오웰, 1984

  • : re

    그러므로 우리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도록 하고, 비록 힘이 우리를 유혹하기 위하여 어떤 사상이나 안락의 모습을 갖춘다 할지라도 정신에 관해서는 확고한 태도를 갖도록 하자. 첫째 할 일은 절망하지 않는 일이다. 세계의 종말이 온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말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말자. 문명은 그렇게 쉽사리 사멸하지 않으며, 설혹 이 세계가 무너지게 되어 있다 할지라도 다른 많은 세계들이 무너지고 난 뒤에야 무너질 것이다. 우리가 비극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비극적인 것과 절망을 혼동하고 있다. "비극적인 것이란 불행을 향하여 한바탕 크게 내지르는 발길질 같은 것이리라."라고 로렌스는 말했다. 이야말로 건전하고도 당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생각이다. 오늘날에는 그러한 발길질을 받아 마땅한 것들이 많다.

    2024년 12월 30일 ― 알베르 카뮈,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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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지닌 인간으로서의 책무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무한한 고통을 진정시켜줄 몇 가지 공식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는 찢어진 것을 다시 꿰매야 하고 이토록 명백하게 부당한 세계 속에서 정의가 상상 가능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하며 이 세기의 불행에 중독된 민중들에게 행복이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초인적인 책무다. 그러나 인간들이 오래 걸려서야 비로소 성취할 수 있는 책무를 흔히 초인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뿐이다.

    2024년 12월 30일 ― 알베르 카뮈,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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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것은 끝이 나지 않을 과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과업을 계속하자고 이곳에 있는 것이다. 나는 진보나 그 어떤 역사철학에 찬동할 만큼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은 그의 운명에 대하여 그가 지니는 인식에 있어서 한 번도 그치지 않고 발전해왔음을 나는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인간조건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인간조건을 보다 잘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순 속에 놓여 있지만 그 모순을 거부해야 하며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24년 12월 30일 ― 알베르 카뮈, 여름